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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 메마름에서 희망을 보다.(5편)

 

이승지. (사)푸른아시아 간사

다섯 번째 이야기 “사막 속 오아시스”

“고비의 샘물 달란자드가드 “
  몽골의 가장 남쪽, 그리고 고비의 대표지역인 어문(남쪽)고비 아이막. 어문고비의 중심도시 달란자드가드는 고비지역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거쳐가는 곳이다.

몽골 대부분의 고비지역은 자갈과 건조한 토양을 가진 스텝사막인데, 어문고비에는 모래사막도 있다. ‘앨스’라는 말은 ‘모래’를 뜻하는데, 지명 이름에 ‘앨스’가 붙여 있는 곳들을 모래사막 혹은 이동사구가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문고비는 고비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사막 풍경과 5월까지도 녹지 않는 골짜기 얼음과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유명한 욜리암 골짜기 등으로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어문고비의 중심 도시인 달란자드가드는 커다란 세 개의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봄이 되어 나무들이 새 잎을 내는 때가 되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렇지만 고비는 역시 고비. 건조하기 그지없는 고비지역의 땅은 최근 들어 강수량의 감소와 가축의 수가 많아 짐에 따라 점점 더 건조해지고, 황폐해 지고 있다. 그리고 달란자드가드 지역은 특히 바람이 몹시 세다. 때문에 토양의 사막화 속도를 늦추고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 할 수 있는 나무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어문고비 아이막에서는 이처럼 나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중앙정부의 그린벨트 사업에 참여할 뿐 아니라 몽골의 지방정부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이막 자체적으로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 일본 등 해외지원 조림사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신기한 것은 어문고비 아이막 곳곳에는 주민들이 예전부터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방풍림을 만든 곳들이 있었다. 달란자드가드 인근에 바라도즈라는 분은 1990년 사회체제 전환 이전에 지역 공무원이셨는데, 그 이후 퇴임을 하시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셨다. 바라도즈 할아버지 역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바람을 막아줄 방풍림이 필요했고, 그래서 경작지 주변이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잘 자라는 나무들을 옮겨 심기도하고, 나무 씨를 받아와 심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조금씩 나무를 더 심으면서 한편으로 다양한 나무들을 심어보고, 어떤 나무가 고비에서 잘 살 수 있는지, 방풍효과가 큰지 실험도 해 보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한 나무 심기가 지금은 5ha 규모의 작은 숲이 된 것이다. 자갈과 건조한 사막지형 한 가운데 숲을 만나는 일은 말 그대로 오아시스다.

5ha 밖에 안 되는 정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비지역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작은 숲이 너무나 귀한 땅이기 때문에 바라도즈 할아버지의 작은 숲은 어문고비의 보물과도 같다.

그런데, 도대체 이 황폐한 사막 한 가운데에서 농사는 어떻게 지을까? 저 나무들을 키운 물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문고비 뿐 아니라 고비지역은 최근 5년간 연 평균 강우량이 100mm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달란자드가드는 어디에서 물을 공급 받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달란자드가드’라는 지명에 있었다. ‘달란자드가드’는 ‘70개의 샘’이라는 뜻. 즉, 70개 이상의 샘물이 솟아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달란자드가드는 이 70개의 샘에 의존하고 있었다. 농사를 짓는 곳들은 이런 샘물이 나오는 곳이었고, 바라도즈 할아버지 역시 이 샘물을 이용해 농사도 짓고, 나무도 키우고 있었다. 이 샘물은 달란자드가드를 둘러싼 세 개의 산에서 나오는 물로, 상시적으로 풍부한 수량의 샘물이 나온다.

이 샘물 덕분에 달란자드가드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지역이 되었고, 농경지와 방풍림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70개의 샘물과 너무나 대조적인 이동사구 지역은 또 다른 고비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동사구는 말 그대로 모래 언덕이 바람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타 들어갈 것 같은 모래사막 한 가운데 잘게 부서진 돌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동북아 산림포럼과 몽골 지리생태연구소, 그리고 한국 로타리의 ‘몽골의 푸르게’ 사업으로 진행된 ‘이동사구 고정’ 사업의 결과였다. 지금까지 중국 내몽고의 모래사막 지역에서 많이 시행되어 왔던 이 사업은 그물이나 돌판 등으로 이동사구 주위를 둘러싸고 모래의 이동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대 자연의 힘을 어찌 사람이 막을 수 있겠는가. 잘게 부서진 돌판 조각과 찢겨진 그물이 이 실험사업의 결과를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이동사구 지역인 ‘멀척앨스’와 바라도즈 할아버지의 작은 숲은 ‘메마른’ 땅 어문고비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달란자드가드의 샘물은 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메마른 땅에 생명을 주는 물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체험했고, 물로부터 시작되는 모든 생명들의 경이로움을 달란자드가드에서 볼 수 있었다.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