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_200902_05

2월호 – 메마름에서 희망을 보다.(4편)

 

이승지. (사)푸른아시아 간사

네 번째 이야기 “깨달음을 위한 고행”

“라마불교사원을 지나며”
 몽골 중부지역을 벗어나 드디어 고비지역으로 들어갔다. 몽골에서 고비지역이라고 하면, 드러너고비와 어문고비를 뜻하는데, 드러너고비는 ‘오른쪽 고비’라는 뜻이고 어문고비는 ‘남쪽 고비’라는 뜻이다. 즉, 예전부터 고비지역이라 불리우던 곳을 행정구역으로 두 곳으로 나누어놓은 것이다.

고비가 다가올수록 땅의 모습이 바뀌었다. 북쪽 헨티와는 너무나 다른 자갈과 모래땅이 그곳이 고비임을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녹색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가끔 만나는 유목민들의 텅 빈 겨울 숙영지는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비슘베르에서 점심식사 후 드러너고비로 출발을 했는데,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중심도시 샤인샨드에 도착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드러너고비 아이막 남동 끝에 있는 작은 마을 자민우드에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때문에 샤인샨드에서는 특별한 계획도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늘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친구를 만나듯이 샤인샨드 지역 공무원으로부터 샤인샨드 인근에 불교 사원 주변으로 개인이 공원을 만들 목적으로 나무를 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게다가 그곳에 일본 사람들이 찾아와 나무를 심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아닐 뿐 더러 지역에서도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은 조림장이여서 정확한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직접 찾아가보고 확인하는 수밖에.

우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 그 조림장을 찾아 나섰다.

 조림장으로 가는 길은 고비지역답게 자갈과 모래로 된 건조하고 메마른 땅이였다. 도저히 그런 곳에 나무가 자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 멀리 어린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땅에도 생명이 자라고 있음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곳은 ‘하므린 히드’ 라는 라마불교 사원을 관리하고 있는 분이 개인적으로 나무를 심고 있는 곳이었고, 개인적으로 나무를 심기도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이 매년 조금씩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막(지방정부)에서도 묘목을 지원해 주었다고 했다. 드러너고비 지역은 최근 물 부족과 사막화의 급격한 진행으로 몽골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벨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린벨트 사업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조림을 하는 경우도 아이막 차원에서 이렇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하므린 히드’ 가 있는 지역은 그야말로 광야였다. 생명을 찾기 어려운 것 같은 광야 한 가운데 불교 사원이 있었고, 그 사원에서 복을 빌고 건강을 비는 몇몇 몽골 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이 사원을 세운 사람들, 승려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원을 세웠을까.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메마른 땅 위에서 자신을 수양하고 깨달음을 구했을 라마승들의 모습이 사원 풍경과 함께 겹쳐졌다. 사원 내부 벽에 새겨진 부처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이미 까맣게 손떼가 묻어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처를 만지면서 이승과 저승에서의 복을 구했겠는가. 또 그 사람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서울 한 복판에서의 내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삶의 목표가 아닌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를 느꼈다.
샤인샨드를 떠나기 전 조림장까지 동행했던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허르헉. 지역을 다니면서 양고기가 익숙해 질 만도 한데, 양고기 냄새가 끝까지 익숙해 지지 않았다. 큰 돌을 사이에 양고기를 재어 통째로 삶기 때문에, 허르헉의 어떤 부분은 삶은 양고기를 어떤 부분은 훈제 양고기를 즐길 수 있다. 양고기 맛 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식을 먹기 전, 양고기를 삶을 때 사용했던 뜨거운 돌에 손을 데우는 것이었다. 뜨거운 돌을 양손에 쥠으로써 혈액순환을 돕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준비를 하는 것이란다. 돌이 너무 뜨거워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지. 덕분에 한 바탕 웃을 수 있었지만…… 앞 자리에 앉은 샤인샨드 자연환경 국장님께서 양고기 먹기에 어설픈 나를 위해 적당한 크기로 고기를 발라 주셨다. 최선을 다해서 한참을 먹었는데도, 갈비 두 대도 먹지 못했다. 역시 양고기는 무리였나?

손님을 대접할 때 최고의 음식으로 내 놓는다는 허르헉으로 함께 식사를 하면서, 샤인샨드지역의 사막화 현상과 조림을 통한 사막화 방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양고기의 맛보다 함께 해 주셨던 분들의 정성과 그 분들의 지역에 대한 열정이 더 감동적이었다.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