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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 [Main Story]사막화 방지 활동 속의 청소년

 

천권한. (사)푸른아시아 기획실장

 청소년의 발달적 특징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을 꼽자면 “자아정체감”일 것이다.
자아정체감이 청소년기에 중요한 이유는 이 시기에 자아정체감이 완성되기 때문이 아니라 비로소 자아정체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생애적 발달을 주창하는 학자들의 논거를 볼 때, 진정한 자아정체감이란 일생에 걸쳐 만들어져 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아정체감이란 용어를 최초로 쓴 에릭슨의 경우 평생에 걸쳐 이룩해야할 발달적 과제를 청소년기 이후에도 친밀감, 창출성, 통합성의 단계로 정의하고 있으며, 도덕발달이론의 대가 콜버그도 청소년기 이후의 도덕발달 과정을 이른바 “보편적이며 우주적인” 원리에 따르는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파울러의 “신앙발달이론”등 대체적인 발달이론들은 이 점에 있어서 이론(異論)이 없는 듯하다. 이런 면에서 청소년들은 자아정체감 형성의 초입에 들어선 말 그대로 “초보”로서의 방황을 겪는 것일 뿐이며, 본질에 있어서는 자아정체감을 만들어가고 있는 성인 세대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청소년 교육의 지향점이 있다. 즉 발달적 측면에서 최고의 단계라고 정의되어지는 상(象)을 미리 제시해주고 그것을 목표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사막화 방지활동의 교육적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자아정체감이란 그 자체로는 실체가 없는 말 그대로 “감”이다. 한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양태 속에서 판단하고 추구하는 기본적 원리, 즉 보편적이고 우주적이며 통합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가지게 되는, 머슬로우의 표현을 빌자면 “자아실현”에 대한 확신이다.
사막화 방지활동은 그 자체로 위에서 언급한 삶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나와 내 주변에 국한된 삶의 문제가 아닌 인류, 지구, 생태계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활동의 지향점은 청소년들이 추구해야할 삶의 원리 대부분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 활동에 참여하는 것 하나만으로 삶의 큰 줄기를 세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인지학에 기반한 발달심리학의 최대 난점을 꼽으라면, 최고 단계로 사고하는 사람이 과연 생각대로 행동하는가이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정신적으로 발달(심리학에 부합하도록)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콜버그나 파울러도 말년에 최고 단계의 사람들을 표현할 때, 예수, 간디, 마더 테레사 등 실천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로 국한했겠나… 왜 그럴까? 그것은 자아정체감의 신입생들인 청소년기에 몸으로 부딪히는 경험을 통해 미래의 좌표를 설정하게 하지 않고, 추상적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체제 내적인 순응의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깨닫더라도 그만큼 실천하기는 어려워진다.

삶의 원리에 부합하는 사막화활동에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체험하는 것 만한 교육이 또 어디 있으랴. 모래 바람을 맞으며 무모할 정도의 뚝심으로 나무를 심으며, 사막화된 마을에서 희망 없이 빈곤의 삶에 허덕이는 이들과 교류하고, 함께하는 것. 공업시설 하나 없으면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의 산업화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현장에서 느끼는 것만큼 청소년의 발달을 자극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자극을 통해 그들은 실천하는 지성으로 성장하게 되며, 나중에는 개인심리 차원의 교육 효과보다 더 중요한 결과, 즉 지구적 문제의 해결을 이루어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단체의 궁극적 목표는 교육이 아니라 사막화방지 활동을 실천한 수많은 청소년들에 의해 미래의 지구가 다시 회복되게 하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상호 호응하는 선 순환적 고리를 통해 함께 만들어갈 우리 공동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